아이를 기르며

[이른둥이] 만세! 드디어 정기 검진 끝.

별꿈하하 2017. 3. 24. 10:52

2014년 겨울로 접어들 무렵, 태반조기박리로 긴급수술로 둘째를 32주 5일째(2kg)에 낳았어요.


오랜 시간이 지났는데도, 그때의 기억을 되살리니 마음이 아프네요.



자가 호흡이 안되어 인큐베이터에서 한 동안 지내야 했어요.




저는 아이를 낳은 후 고위험 산모들이 모여있는 입원실에서, 밤마다 눈물로 침대를 적시는 산모들과 함께 지냈죠.


첫째를 낳고서는, 상상 하지 못했던 병실의 모습이었어요. 


'산부인과의 다른 한 켠에선 이런 곳이 있었구나..'


아이를 낳은 산모에게 쏟아지는 주변의 기쁨 어린 축하가 당연하게 생각되었어요.


그 병원에서도 복도를 조금만 나가면, 신생아를 안고 행복한 얼굴로 어르는 할머니, 엄마를 볼 수 있었죠.


당연히 나의 것일 줄로만 생각했던 장면들...


여기 저기 번갈아가며 나즉히 흐느끼는 소리와, 기도하는 소리가 끊이지 않는 산모 입원실, 경험하지 않고서는 몰랐을 곳입니다.



마음을 추스리고 아이를 건강하게 기르기 위해, 제가 할 수 있는 것을 하기로 했어요.


1. 출장 모유 마사지 받기

   아직 모유가 돌기 전에 아이를 낳고, 자가 호흡도 하지 못하는 아이가 직접 수유를 할 수도 없는 상황이라 모유 수유를 시도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어요.

   입원실에서 서둘러 '통곡모유마사지사'에게 연락하여 마사지를 받았어요. 

   그리고 아주 적은 양이었지만 유축기로 받은 모유를 아이에게 보내기 시작했어요.

   아이에게 직접 물릴 수 없다고 하여도, 일정한 시간을 정하고 유축하기를 반복했습니다.

   처음에는 미숙아용 특수 분유와 혼합하였지만, 차차 그 양을 줄여나가 15개월까지 완모할 수 있었어요.




2. 빈혈

   미숙아는 엄마에게서 철분을 받아 태어나지 못하므로, 철분 보충이 필수적입니다.

   신생아때부터 철분, 비타민 C,비타민 D를 처방받아 먹였었어요.

   소고기 이유식을 먹기 시작하면서부터,제 임의대로 철분제 양을 줄여서 주었어요. 

   약을 계속 많이 먹이는 것이 꺼려졌고, 소고기로 철분 공급이 잘 되리라 기대되었거든요.

   그런데, 그 다음 검진에 가니 철분 수치가 더 나빠 진 것입니다. ㅜㅜ

   그 후로는 의사 선생님의 처방대로 철분제를 빼먹지 않고 먹이려고 애썼어요.

   하지만, 철분제를 꾸준히 먹여도, 기대와 달리 철분 수치가 쉽게 회복되지 않더라구요.

   어떻게하면 철분 흡수율을 높일까 공부했어요. (참고 : 빈혈의 식사요법

   철분을 잘 흡수시키고, 정상적인 혈액 조성을 위하여 철분의 섭취와 함께 비타민 C, 비타민 B12, 엽산도 꼭 먹어주어야 했어요.

   아이의 성장을 위해서 단백질의 공급도 있어야 하구요.

   그러고 보니, 결국 균형잡힌 식단이어야 하더라구요.

   그동안 먹여왔던 형아의 식단도 썩 질 좋은 식단이 아니었구나 반성하였습니다.

   그 후론, '돼지고기, 소고기, 생선, 굴, 조개 중 하나 넉넉히, 나물 등 채소 1~2종류, 콩밥' 등은 갖추어 식사를 준비하였습니다.

   과일, 치즈, 유산균 등도 챙겨 주었구요.

   수유 탓에 아이의 식사량이 늘지 않는 것 같아, 15개월이 되었을때 단유하였습니다.

   다행히 아이가 먹성이 좋아, 주는 음식을 잘 먹어주었어요. 


3. 해를 보는 나들이

   아이가 다소 늦되게 걷기 시작했을 때인 작년 봄부터 가을이 와 추워지기 전까지, 오전 한나절을 놀이터 및 공원에서 지냈어요. 

   아이가 한창 이리저리 둘러보며 걷기를 좋아하는 시기이기도 했고, 해를 보며 비타민 D 생성 및 면역성 생성도 도왔지요.



그래요.

엄마로서 제가 할 수 있었던 도움이라야 별 게 없었네요.

정성껏 '먹이고', 한도껏 '안아주고' 밖에 없어요.

다행히, 아이 스스로의 힘으로 잘 자라 주었어요.

입이 짧지 않고 음식을 골고루 잘 먹는 것이 큰 복인 것 같습니다.


어제 약 27개월경 실시한 검진에서, 아이는 키 90.5cm, 몸무게 13.2kg로 평균치에 접어들었어요.

언어는 다소 미흡하지만 상호작용을 잘하여 이제 더이상 상시적인 검진을 받지 않아도 된다는 의사선생님의 처방을 받았어요.


정말 행복합니다.


예기치 않게 아이를 낳았을 때, 정말 절망스럽고 슬펐지만, 그런 어려움이 없었다면, 이런 행복감도, 삶에 대한 감사도 없었겠지요.

아직 말이 또래 아이들만큼 유창하진 않지만, 슬슬 늘어나는 게 보이니 곧 좋아지리라 기대합니다.



긴급한 상황에서 엄마와 아이, 두 생명을 살려 주신 의사 선생님, 신생아중환자실의 간호사 선생님께 말로는 부족한 깊은 감사를 전하고 싶어요.


그때, 엄마 정기 검진에서 수술자국이 너무 긴 것 같다고 투정 부렸던 건 잊어주세요. 

내가 왜 그랬나 몰라..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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