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를 기르며

[신생아 항문농양] 초보 엄마 길들이기

별꿈하하 2016. 8. 13. 00:34

   신생아 항문농양을 아시나요? 

   수족구, 모세기관지염, 구내염 등 관심 밖의 많은 질병들이 아이를 기르면서 친숙해지게 되는데, 저에겐 '신생아 항문농양'이 그 시작이었어요.

   찬이(현 6세)가 태어난 지 50일도 채 되지 않았을때, 항문 주위에서 작은 뾰루지를 발견하게 됩니다.

 

   처음 그걸 발견했을 땐, 대수롭지 않게 여겼어요. 어른들의 그것처럼 쉽게 사라질 것이라 생각했지요.

   그저 확인차 동네 병원에 들렀는데, 의사 선생님께서는 그것을 보시고서 심각한 표정으로 대학병원으로 가야한다고 말씀하셨어요. 수술이 필요할 수도 있다구요.

   이 조그만 아기가 수술이라니...... 생각지도 못했던 상황에  깜짝 놀란 나머지 눈물이 절로 나더군요.  

  

   신생아 항문농양은 배변을 도와주는 항문 주위의 항무선이 세균으로 인해 감염되어 곪게 되는 경우를 말합니다. 남자아기가 여자아이보다 항문샘의 깊이가 깊어 항문에 농양이 생길 가능성이 높다고 해요. 잦은 설사나 변비 속에 있는 세균에 의해 감염이 되어 발병하구요. 모유를 먹는 신생아들의 변이 물러서 생기기 쉽다고 해요.

 

   대학병원에서 만난 교수님께서는 무심하고 무섭기 그지 없었어요.

   "지금으로선 병원에서 해줄 것이 없다.

    변이 물러서 그럴 수 있으니 모유수유를 완전히 끊어라.

    차후에 필요하면 수술이 필요할 수 있다."

 

   아이가 태어나면서부터 밤잠 자지 않고 고생하여 이제 경우 모유양을 맞추어 놓았는데, 여지없이 모유를 끊으라니.

   지금 아이를 위해 아무것도 할 수 없다니.

 

   가만히 있을 수 없어 시립어린이병원, 개인 항문외과 병원까지 몇 군데 병원을 더 들러 보았어요.

   다들 같은 말씀이었으나, 개인 항문외과 의사선생님은 걱정이 가득한 제가 안돼 보이셨던지

   "걱정하지 마라. 수술까진 가지 않을 꺼다. 좌욕많이 시켜주어라."라고 말해주셔서 조금은 안심할 수 있었어요.


 

   자연 치유를 하기 위해 제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했어요.

    ▶ 응가하고 나면 무조건 좌욕은 물론, 3시간 간격으로 따뜻한 물로 좌욕을 시켰어요.

    ▶ 좌욕 후엔 약국에서 파는 멸균거즈를 엉덩이 사이에 끼워 자연배농되는 고름이 거즈에 닦일 수 있도록 했어요.

    ▶ 우리 아이가 특히 좋아하는 모유를 단번이 끊을 순 없어, 분유와 5대5로 혼합수유를 시작했어요.

       일단 경과를 보고 호전되지 않으면 단유도 고려해 보기로 했는데, 결국은 모유를 2돌까지 먹일 수 있었어요.

    ▶  엉덩이에 물티슈를 사용하지 않았어요. 

        물티슈 대신 천 기저귀를 적당한 길이로(손수건 두 장 크기 정도) 잘라서 사용하였어요. 

        넉넉히 만들어 두어, 사용한 후 한 번에 빨아 사용하니 그리 불편하지 않았어요. 기저귀 천이라 잘 말랐구요.

 

   몇 달을 그렇게 생활하다 보니 어느 순간엔가 깨끗해져 있었어요. 작은 흉터를 남기고...

   돌이켜보면 참 바쁜 시간이었네요.

   때때마다 좌욕에, 분유에 모유에 목욕에, 밤에는 또 왜 그리 잘 깨던지...

 

   '아이를 낳으면 시간 흐르는대로 그저 크겠거니' 하고 안일하게 생각했던 나에게 아이가 말하는 것 같았죠.

 

   당신은 엄마가 되었어!

   정신을 다잡아. 그리 만만하지 않을꺼야!

 

   네. 맞아요. 정말 그래요.

   그 만만치않은 작업은 지금도 진행중이구요.

 

  아이를 기를수록 아이를 기르는 일 앞에 나를 낮추어 임하게 됩니다.

  그래서 세상의 어머니들이 스스로를 낮추고 낮추어 그예 넓어진 그릇을 갖게 되는구나 생각해 봐요.




   공감과 댓글은 큰 힘이 됩니다.